교토하면 금각사가 대표적이지만 마이너한 성향이 있는 나는 몇해 전부터 은각사를 노리고 있었다. 교토역에서 출발하여 은각사 가는 법과 관람 정보,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까지 정리해 보았다.
글, 사진: 바이뷔
은각사를 금각사와 비교하는 건 그리 큰 의미가 없다. 금각사를 모방하여, 완성 후 은을 입힐 생각으로 지었다고는 하지만 그 뜻을 이루지도 못했고,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한 게 하나도 없다. 비슷한 게 있다면 이름?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킨카쿠지(금각사)와 긴카쿠지(은각사)는 같은 이름으로 착각하기 쉽다. 나는 그랬다. 같은 걸로 착각하고 킨카쿠지를 가고 또 가게 되지 않도록, 일단 체크하고 킨카쿠지 아닌 긴카쿠지로 찾아가 본다.
교토역에서 은각사(긴카쿠지) 가는 법
교토역에서 은각사에 가려면 교토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티버스 7번을 타고 가야 한다. 난 레프호텔에서 11시 꽉 채워 체크아웃을 한 관계로 11시 15분 버스를 타러 갔다.
* 내가 묵었던 레프호텔 포스팅은 아래 링크 참고
나는 여유를 두고 나간다고 나갔지만 교토역이 워낙 복잡하다 보니 수 많은 버스 승강장 중 어디로 가야할 지 잠시 난감했다. 구글 경로 검색에 A2라고 분명히 써 있는데, 지도만 보고 가다 보니 승강 위치가 순간 헷갈렸다. 이럴 땐 물어보는 게 장땡이지 안내해 주시는 분이 보여서 위치를 확인하고, A2에 줄을 섰다.
버스 오기 1분 전에 줄을 섰는데 이후로도 빠르게 사람들이 줄을 섰다. 7번 버스는 호텔과 맛집, 니시키시장 등이 있는 가와라마치 거리를 지나는 버스이기 때문에 교토역에 도착한 많은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버스이다. 큰 짐을 든 여행자들이 탑승한다. 은각사의 경우는 7번 버스를 타고 40분쯤 이동하여 버스 종점, 회차 지점에서 내리면 된다.
철학의 길
버스에서 내리면 하천과 함께 철학의길이 시작된다. 이 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은각사가 나온다. 철학의 길은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길인데 봄이면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은각사까지의 수로는 사실 철학의 길 끝자락? 입구 정도에 해당한다. 물론 이 길도 예쁘고, 간간히 카페와 식당도 있지만 주택이 더 많고 현지인을 위한 느낌이랄까. 은각사에서 나와 난젠지로 이어지는 철학의 길에 소문난 맛집, 카페 등등이 이어진다. 그러니까 이쪽 길은 살짝 맛보기 정도로 생각하고 쭉쭉 올라가면 되겠다.
참고로 철학의 길은 일본 근대 철학의 거장인 니시다 키타로가 산책하고 사색하던 곳이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철학의 길과 은각사 앞 여러 풍경은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하기로 하고 일단 은각사로 직진.
지쇼지, 긴카쿠지, 은각사
철학의 길과 상점가를 지나 이렇게 문이 보이면 이제 지쇼지의 시작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은각사는 금각사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공식 명칭은 지쇼지, 긴카쿠지는 은각사의 일본발음이다.
지쇼지는 원래이름인 히가시야마지쇼지를 줄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곳은 금각사를 지은 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이 후손인 아시카가 요시마사가 은퇴 후 지낼 목적으로 지은 사찰이다. 그러니까 할아버지가 지은 금각사를 모방하여서 절을 짓고, 할아버지는 금을 발랐으니 여기에는 은을 바를 생각으로 지은 건데 그 뜻은 이루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가 있어서 은각사라고 부르게 된 것.
여러가지 역사를 겪으면서 지쇼지의 핵심건물인 관음전을 제외하고 다 불타 없어지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고, 199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입장료, 운영시간
문을 지나 길을 따라 들어오면 티켓박스가 있다. 일본 문화재 티켓 박스들은 이렇게 낡아보여서 매력 있단 말이지.. 여기서 부터 마음의 준비가 되거든.
어른은 500엔, 아이는 300엔이다.
운영시간은 08:30 ~ 17:00 이다.
나는 늦게 움직이고, 천천히 움직이는 편이라 하루에 한군데 이상을 보기가 어렵다. 물론 주간지 취재하러 돌아다닐 때는 전투적으로 움직였지만 요즘은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더라구.
그렇지만 여러 곳을 둘러보고자 한다면 아침 일찍 서둘러야 할 것이다. (특히 기요미즈데라는 오픈런 추천)
금각사와 마찬가지로 부적같은 티켓을 준다. 팜플렛은 따로 주지는 않는데 티켓박스 앞쪽에서 필요할 경우 자유롭게 가져가면 된다. 표지에 일어, 한문으로 써 있다고 겁낼 필요는 없다. 열어 보면 한글도 있다.
동선을 확인해 보면, 지쇼지의 핵심 전각이라 할 수 있는 관음전(16번)은 가장 마지막에 보게 된다. 그런데 이 관음전은 연못, 향월대 등 주변 풍광과 어우러지게 보는 것이 포인트라 입구부터 다양하게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지쇼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
티켓박스를 지나 처음 보게 되는 이 모습이 은각사 관람의 요약이 아닐까 싶다.
은각사의 독특한 정원 형태인 긴샤탄(백사장)과 이끼정원, 고목으로 이루어진 숲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긴샤탄, 향월대
은각사의 이 희한한 백사장(銀沙灘, 간샤탄)은 교토 기타시라카와 지역에서 온 흰모래라고 한다. 빗살무늬는 바다의 물결을 표현하는데 시각적으로 독특해서 어리둥절한 효과라고나 할까? 도대체 이런 걸 만들 생각은 누가 처음 한 걸까? 이러니 메인 전각인 관음전은 노멀해 보일 수 밖에.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향월대(向月台, 고게츠다이)이다. 정원의 중심에 후지산을 형상화한 작품이 있다. 달빛을 맞이하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여러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어떻게 저게 유지되지? 저 안에 뭐 들어있나? 매일 아침 새로 만드나? 비가 오면 어쩌지? 바람이 불면 어쩌지? 다큐멘타리 같은 거 없나?
좀 더 찾아봐야 겠다.
내가 관람을 하던 시간에 수학여행 온 아이들과 유럽 단체여행객이 많았다. 그럼에도 연못이 이렇게 고요하게 보이는 이유는 입장금지 구역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전각 역시 입장이 어려운데 한시적으로 해설 입장을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이끼정원과 숲길, 전망대
지쇼지의 정원은 모래사장과 함께 이끼정원이 대표적이다. 경내에는 길을 따라 초록의 이끼가 덮여 있는데, 이게 공들여 관리하는 이끼라고 한다.
이끼가 잘 자라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물이 고이지 않게 배수관리를 하는 한편 일정한 습도 유지를 위해 물을 뿌리거나 그늘을 만들고, 잡초 제거를 하고, 토양 관리는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탐방로를 따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잠깐 빠지는 길이 있는데 여기에는 작은 신사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관음전이 보인다. 그러니까 원래는 저 지붕을 은으로 덮을 생각이었다는 거지.. 그런데 지금 색이 훨씬 자연스럽고 예쁘다. 은 이었으면 엄청 이질적이고 안 예뻤을 것 같은데?
도구도와 관음전(긴카쿠)
숲길 탐방로를 오르기 전에 보이는 전각은 도구도이다. 사실 나는 숲과 정원의 매력에 빠져 사진만 한장 찍었는데, 이게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히가시야마 문화의 모태가 된 의미 있는 곳이라 한다.
탐방로에서 내려오면 연못 건너편으로 관음전이 보인다. 앞서 말한 것처럼 관음전은 향월대와도 어울려 보고, 전망대에서도 보고, 연못과도 어울려 보인다. 금각사가 뷰포인트를 지나가면 볼 수 없는 것과 다른 점이다. 은각사는 금각사에 비해 규모도 작지만 한눈에 보이는 매력이 있으면서 각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이라 아기자기 하다.
나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이에서 본 관음전이다. 2층 건물이고, 1층의 신쿠전은 서원양식, 2층은 중국식 미닫이문이 달려있다. 창건당시 2층 외벽은 검은 옻칠, 처마 아래는 채색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일본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많이 부족해서 인지, 관음전 자체의 아름다움은 큰 감동이 없었지만 크게 자란 나무가 아름다웠다. 긴카쿠지와 함께 지내온 시간이 얼마나 될지? 세월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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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Ginkakujicho, Sakyo Ward, Kyoto, 606-8402 일본
+8175771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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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직접 방문 후 작성한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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