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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우유를 먹으러 산으로, 애증의 적산가옥 초량1941

by 바이뷔 2024.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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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커피 아닌 음료 전문 카페가 살짝 유행한 적이 있다. 홍차, 우유, 말차 등등... 그쯤이었을 거다.  초량1941은 초량동 꼭대기 산복도로 적산가옥에 우유전문 카페로 오픈했다. 인기는 여전한지? 오랜만에 찾아 보았다. 

글, 사진: 바이뷔 

 

 

초량1941은 부산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올라갔다. 예전에는 초량동 168계단에서 모노레일 타고 올라와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빡시게 걸었는데 요즘은 그런 에너지가 없다. 무엇보다 모노레일이 운행을 중단해서 김이 좀 빠졌다고 할까? 모노레일 중단으로 나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고, 168계단을 수고롭게 오를 여행자가 많지 않을텐데, 그 근처 카페랑 여행자 대상으로 장사하시던 분들은 잘 버티고들 계신지... 온갖 걱정 끌어다 하는 것도 나이듦의 현상인가? 여튼. 

 

 

초량1941과 초량845

 

초량1941 앞에는 초량845가 있다. 초량1941이 언덕 위에 있어서 길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면 초량845를 찾아 올라가면 그 뒤로 초량1941이 있다. 초량1941은 건물의 건립년도를 의미하는데 초량845는 뭔 뜻인지? 아.. 번지수구나. 168 계단도 그렇고 초량동은 숫자 붙이기 네이밍이 꽤 많네. 

초량845는 예전에 한번 취재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이 뒤로 훨 인기많은 초량1941이 있는지 몰랐다. 예나 지금이나 내부는 넓고 미니멀하다 못해 뭐가 없는 아주 깔끔한 카페이다. 창이 시원해서 뷰가 좋다. 그리고 여긴 브런치메뉴가 있다. 

그러니까 빈티지한 내부인테리어를 즐기고 우유음료와 디저트가 좋다면 초량1941을, 브런치도 먹고 바깥을 멍때리고 싶다면 초량845에 가면 된다.  

 

 

초량1941의 블루리본, 그리고 많은 규칙들

 

초량1941은 2019년부터 블루리본을 받았다. 2022년, 2023년 쉬고 2024년에 또 블루리본을 받았다. 다른데 가보니 내년도 것을 벌써 받은 곳도 있던데 여긴 어떻게 되려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블루리본을 요식업 마케팅 회사라 생각해서 맛에 대해 그닥 신뢰가 높진 않지만 업장으로써 기본기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블루리본 위로는 여러가지 금지사항이 써 있다. 

이곳은 노키즈존이다. 건물이 약하다, 혹은 건물이 상하는 것을 걱정하는 이유이다. 아이를 동반할 경우 이곳에서 음식을 사서 근처에서 먹는 건 괜찮다고 한다. 이게 더 슬프네. 아이는 밖에서 기다리고 부모가 들어가 뭘 사와서 바깥에서 먹는건... 음.. 좀 애매해서 말이다. 난 애가 없어서 몰랐는데 들어보니 노키즈존 때문에 부모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공공장소에서 애 단속을 너무 안할 때는 것도 좀 그래. 여튼 이런 문제는 쉽지 않아. 가끔 애보다 더 떠드는 무례한 어른들도 조치를 해주면 좋겠다는. 

상업적 사진촬영은 금지이다. 지나친 촬영도 불가하다.

노트북도 펼칠 수 없다.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라는 뜻인가? 여튼 그렇다.  

그리하여 이러저러한 애지중지로 이 적산가옥과 카페가 잘 보존되고 있다. 

 

 

카페초량 진입로에는 주차장이 있다. 주차시간은 2시간 무료이다. 평일에 가서 그런가 차를 탄 어른들이 많이 들어왔다. 

 

 

 

삐걱삐걱 적산가옥 감성 

 

적산가옥 카페가 매력적인 이유는 익숙한듯 이국적인 오묘한 감성 때문일 것이다. 일본사람 사가와 키쿠지라는 사람의 집이었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 부산에 와서 유리제품공장, 매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음.. 그 시대에 한국에 왔던 일본인 사업가야 조선 수탈에 일조한 사람들이니 생각이 많아진다. 

 

 

비교적 돌아다닌 곳이 많다보니 이런 종류의 장소에 대한 경험이 꽤 쌓였다. 그러한 이유로 특별히 감성터지거나 볼 게 많은 느낌은 아니었고, 다만 삐걱거리는 마루가 좋았다. 복도공간이었을 창가에 테이블이 있고 역시 창가가 인기가 많다. 한자리가 있길래 끝에 앉았다.

이곳은 아이유의 밤편지 촬영장소라고 한 때 소문이 나기도 했는데, 거긴 '문화공감수정' 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수정동 일본식 가옥, 옛이름 정란각이다. 그냥 정란각이라고 하지... 문화공감수정은 이름이 재미가 없잖아. 어쨌든 구.정란각과 함께 부산의 대표적인 적산가옥 볼거리이다. 

 

이곳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오래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이었다. 내눈이 맞다면 이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눈으로 봐서 그런가? 사운드가 왠지 부드러운 느낌? 영상을 찍어왔는데 저작권 때문에 음악을 공개할 수가 없네. 

 

 

초량1941 메뉴 

 

앞서 말한 것처럼 초량1941은 우유를 모티브로 한 카페이다. 우유가 시그니처이고 커피는 서브이지만 종류가 꽤 된다. 내가 평일에 가서 그런가 목소리 큰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많았는데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사람들이 우유카페라고 우유만 먹는데 커피가 맛있다'고 한다. 일단 접수. 그치만 난 가끔 가는 여행자니까 시그니처인 우유를 먹었다.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찐빵 - 초량앙팡과 함께 생강우유를 먹었다. 단풍우유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아이스온리 라서 따뜻한 생강우유를 선택했다. 

생강우유 선택 아주 잘 했다. 초량앙팡과 아주 잘 어울렸다. 생강의 매운맛 보다는 특유의 향과 달큰함이 있는 부드러운 우유였다. 

 

 

 

초량앙팡은 단팥, 말차, 유자 세가지 맛이 있는데 왠지 단팥이 근본인 듯 하여 단팥으로 먹었다. 이게 노출찐빵? 정도 되시겠다. 비니를 쓴 듯한 이 귀여움. 첨에 얼핏보고 팥이 묻은 줄 알았는데 젖소 그림도 귀엽다. 

으응? 분명 호빵 찜기에 있었는데? 내가 하나 남은 거냐고 물었더니 더 원한다면 5분 정도 찌는 시간을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찜기는 연출이 아니고 실제 작동한다는 뜻, 김이 모락모락 해야 할 것 같은.. 데... 근데 왜 이거 찬 빵이지? 온기라고는 없네? 찜기가 고장났나? 팥앙금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살짝 데우기만 하는 걸까? 그런데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 식어버린 걸까? 이러저러한 추측을 해 본다. 다시말해 예상했던 맛은 아니었다.

그래서 두 메뉴 중에는 생강우유가 훨씬 좋았다. 

 

 

여름에 또 가게 된다면 옛날식 파르페를 먹어봐야 겠다. 당춘전은 충분히 했고, 걸어 내려갈까?  아니 버스 타. 

 

 

부산 동구 망양로 533-5

051-462-7774

영업시간 10:30 ~18:00 (17:50 라스트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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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다녀오고 작성한 내돈내산 리뷰입니다. 

글, 사진의 무단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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